해석과 흉내 사이

원 포인트 레슨 2015. 5. 28. 20:52

오늘 Ansys Conference에 다녀왔다. 2000년대 초부터 참석을 했으니 10년 넘게 참석하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대여섯번 이상 참석했을 것 같다. 뭐 매번 비슷한 내용이라 매년 참석하는 것은 별로 영양가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10여년 참석하다보니 응용되는 제품의 트렌트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낄 수는 있는 것 같다. 한 때는 DDR관련 메모리 응용이 잘나가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확실히 모바일(차량/휴대폰) 응용이 대세인 것 같다. 아무래도 툴 회사에서 개최하는 행사이다 보니 자신들의 툴 소개 및 그 툴의 응용 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시작 연설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2005년에는 22명의 엔지니어 중 1명이 시뮬레이션 툴을 사용했고 2015년 현재 6명의 엔지니어 중 1명이 시뮬레이션 툴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2020년이 되면 모든 엔지니어가 시뮬레이션 툴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마치 1980년에대 컴퓨터가 일부 엔지니어들만 사용하던 것에서 현재 모든 엔지니어가 사용하듯이 말이다. 툴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100% 맞는 말이다(총 없이 전쟁터에 나갈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총만 가지고 이길 수는 없다).

그런데 툴을 지칭하는 용어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을 보게 되는데, 어떤 사람은 해석 툴이라고 부르고 다른 어떤 사람은 시뮬레이션 툴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이 맞는 말일까? 둘 다 맞는 말일까? 나는 항상 용어의 정확한 사용이 모든 시작의 기초라고 생가하기 때문에 가급적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용어를 헷갈리면 머릿 속에 자리잡는 개념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암튼...

해석(analysis)라는 말은 어떤 현상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뮬레이션(simulation)은 어떤 상황이나 과정의 행위를 흉내 내는 것이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의미이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툴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을 흉내 내주는 도구를 의미하는 것이고 해석 툴이라는 것은 어떤 현상을 판단해주는 도구라는 의미이다. 시뮬레이션 툴의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SPICE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SPICE를 해석툴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SPICE는 실제 회로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유사하게 흉내내 준다. Ansys사의 Designer나  Agilent ADS 등은 SI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시뮬레이션 도구 이다. 그럼 Ansys의 Siwave나 Cadence의 PowerSI 같은 툴은 무슨 툴일까? 많은 사람들이 해석 툴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모델을 추출해주는 툴에 가깝다. 따라서 그런 툴들은 모델링 툴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HFSS 같은 툴은 모델링 기능과 시뮬레이션 기능이 복합된 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실 아직까지 제대로된 해석 툴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석은 판단을 하는 것이다. 각종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서 얻은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엔지니어의 몫이다. 따라서 굳이 해석 툴이 뭐냐라고 한다면 엔지니어의 머리 일 것이다. 툴이 그것을 대신하게 된다면 엔지니어는 툴을 운영하는 오퍼레이터가 될 것이다.

툴 사용법을 익히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그것은 도구의 사용법애 잡척하는 것이다. 도구를 어떤 상황에 어떻게 쓸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잘 아는 것이 해석의 힘이다. 툴이 강력해 지면 해석이 수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나은 해석 결과를 얻으려면 머리 속 에서 돌아가는 도구를 좀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이론 지식을 머리에 담아두는 것과 다양하고 충분한 실습을 통해 현실 감각을 머릿 속에 담아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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